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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는 피로 물려주는 스포츠일까요? 이정후와 이종범, 이 부자의 이야기를 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하나였고, 그의 아들 이정후는 2020년대를 이끄는 차세대 슈퍼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뛰어난 야구 실력을 지녔다는 점뿐 아니라, 야구에 대한 접근 방식과 멘털, 포지션, 플레이 스타일 등 다양한 면에서 서로 닮은 점과 다른 점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종범과 이정후의 야구 인생을 비교하며, 이 가족이 한국 야구사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타격 스타일의 진화: 폭발력에서 정교함으로

    이종범의 타격 스타일은 '폭발력'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1990년대 초반, 그는 리드오프로 뛰면서도 시즌 30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힘을 가진 타자였고, 무엇보다도 빠른 발을 활용한 번트, 기습 안타, 장타를 모두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94년 시즌에는 196안타, 타율 0.393, 84도 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MVP를 수상했습니다. 당시 이종범의 존재감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야구 그 자체로 여겨질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면, 이정후는 타격에서 힘보다는 정교함과 안정성에 중점을 둡니다. 2017년 데뷔 이후 매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하며 ‘교과서 타자’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는 선구안이 뛰어나고,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까지도 정확히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변화구 대응 능력 역시 탁월합니다. 파워보다는 라인드라이브 중심의 안타 생산형 타자이며, OPS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온 점에서 현대 야구의 흐름과도 잘 맞는 선수입니다. 이처럼 아버지 이종범이 ‘에너지’와 ‘다이내믹’의 상징이었다면, 아들 이정후는 ‘기술’과 ‘정밀함’을 대표하는 타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두 선수의 시대적 환경, 리그 스타일, 야구에 대한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외야 수비력의 공통 DNA: 중견수의 정석

    이종범과 이정후 모두 중견수로서의 수비력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종범은 원래 유격수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이후 외야로 포지션을 옮긴 뒤에도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유지했습니다. 빠른 순발력, 넓은 수비 범위, 공격적인 다이빙 캐치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KBO 골든글러브를 7회 수상하며 수비에서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음을 입증했습니다. 이정후 역시 KBO에서 6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만큼 중견수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이제는 MLB에서도 그 수비력을 시험받고 있습니다. 그의 수비는 이종범에 비해 좀 더 '계산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불필요한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타구를 처리하는 능력, 타구 판단의 정확도, 송구 정확도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처럼 두 선수는 수비 스타일은 다르지만, 모두 중견수로서의 핵심 자질—빠른 판단력, 민첩한 움직임, 넓은 시야—을 고루 갖춘 점에서 ‘수비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MLB에서도 중견수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포지션이기에, 이정후의 이러한 강점은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멘털과 루틴: 아버지의 조언, 아들의 철학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멘털입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실수 후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정신력이야말로 장기적인 커리어 유지에 필수 요소입니다. 이종범은 선수 시절 누구보다도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 팀이 어려울 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이정후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를 어릴 적부터 지켜보며 성장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주 “아버지가 강조한 건 항상 ‘기본기’와 ‘마음가짐’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정후는 타격 전 루틴, 수비 준비 동작, 경기 후 자기 점검까지 매우 철저한 훈련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도 “기대보다 과정에 집중하겠다”, “내 야구를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멘털은 아버지 이종범이 선수 시절 늘 강조했던 ‘자기 관리’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 내면의 강인함이 이정후를 더 오래, 더 멀리 가게 할 원동력임은 분명합니다.

    이정후와 이종범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단순한 부자 선수를 넘어선 ‘야구 DNA’의 상징입니다. 시대는 달라도 그들이 야구를 대하는 태도, 경기장에서의 집중력, 그리고 팬들에게 전하는 에너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정후는 이제 메이저리그라는 더 큰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이종범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아마도 앞으로 또 다른 세대로 전해질지도 모릅니다. 야구는 그렇게, 한 가정에서부터 전설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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