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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살아가며 지우고 싶은 기억 하나쯤은 있습니다. 실수, 상처, 트라우마와 같은 경험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 삶에 영향을 미치곤 하죠. 하지만 최근 뇌과학의 발전으로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저장되고 소멸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기억을 지우는 법'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억의 형성과 소멸 원리,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억 삭제 연구, 그리고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기억)

    기억은 우리가 겪는 경험이 뇌의 특정 회로에 저장되는 과정입니다. 주요 기억 저장소는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인데, 해마는 일상의 정보나 지식을 담당하고, 편도체는 감정과 관련된 기억을 담당합니다. 특히 강한 감정이 동반된 사건일수록 편도체가 활발히 반응하여 기억이 더욱 뚜렷하고 오래 지속되게 만듭니다. 이 기억은 처음에는 일시적인 ‘단기 기억’으로 저장되며, 이후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뇌세포 간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됩니다. 즉, 반복되거나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은 뇌에 더 깊게 각인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기억은 어떻게 사라질까요? 뇌는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제거하는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를 통해 기억을 지워나갑니다. 특히 수면 중 이 기능이 활발히 작동하는데, 이때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된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잊게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또한,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시 떠올릴 때마다’ 재구성됩니다. 이 과정을 ‘재통합(reconsolidation)’이라고 하며, 이 때 특정 조건을 주면 기억을 약화시키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뇌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조절하는 뇌과학 연구들 (뇌과학)

    최근 뇌과학 연구는 ‘기억을 완전히 삭제하거나 약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는 뉴욕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조세프 르두(Joseph LeDoux)가 주도한 실험으로, 공포 기억을 다시 불러온 후 약물을 투입해 그 기억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활용해 특정 뉴런에 빛을 쏘아 기억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향후 PTSD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억을 없애는 것은 단순히 '삭제'라기보다는, 감정을 분리하거나 의미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인지심리학에서는 ‘재해석 전략’을 활용해 과거의 기억을 덜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그 일은 나를 망가뜨렸다"는 생각을 "그 경험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죠. 과거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등장하던 기억 삭제 기술이 이제는 심리 치료, 약물 치료, 뇌 자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일반 대중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윤리적, 기술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기억을 조절하는 실천 방법 (스트레스)

    물론, 첨단 과학 기술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기억을 관리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실천법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입니다. 이는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고, 떠오르는 감정을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훈련으로, 기억과 감정을 분리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한 운동은 기억의 정서적 강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뇌의 해마 기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 트라우마 기억의 반복을 완화해 줍니다. 일기 쓰기 역시 뇌과학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습관입니다.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정리하면 기억의 구조가 바뀌고,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감정 중심 글쓰기’는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감정 통제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또 다른 방법은 기억의 노출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기억을 자극하는 사진, 장소,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거나 통제하면, 해당 기억과 연결된 감정이 점차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기억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뇌는 억제하려는 기억일수록 오히려 더 자주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을 이기는 것은 억제가 아니라 이해’라는 말처럼,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억은 뇌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재구성되며, 그 과정은 조절이 가능합니다. 과학은 점점 더 기억을 다루는 방법을 밝혀내고 있으며, 우리 역시 일상 속에서 명상, 운동, 글쓰기 등을 통해 기억의 감정적 무게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억지로 없애기보단 이해하고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변화는 지금 이 순간부터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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