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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이합니다. 그날은 단순한 사고 이상의 충격을 남기며, 국가 시스템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게 만든 날이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처로 남아있고, 그 아픔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삶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날과 오늘을 비교하며,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교훈을 되짚고자 합니다. 11주기를 맞이하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억과 실천의 길을 함께 모색해 봅니다.


    1. 세월호 사고의 진실과 기록

    2014년 4월 16일 아침,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던 그 장면은 누구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고,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습니다. 구조될 수 있었던 생명들이 어이없이 바다 속에 갇힌 채로 사라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사고 이상의 사회적 참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대응 실패, 구조 지휘체계의 부재, 허술한 통신 시스템, 책임 회피성 발언 등 모든 면에서 국민들은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날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왜 아무도 구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진실을 요구해 왔습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고, 수년간의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부분적인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진실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주요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처벌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2024년 현재까지도 많은 유가족들이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추모의 시작입니다. 기록하지 않는 비극은 반복되며, 진실 없는 위로는 위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2. 사회 시스템은 얼마나 바뀌었나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체계, 공공안전 의식, 행정 구조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정부는 여러 제도적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2015년에는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어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고, 다양한 안전 교육과 매뉴얼이 도입되었습니다. 또, 전국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는 '생존수영', '재난대피 훈련' 등이 확대되었으며, 사회 전반에서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강릉 선로 사고, 각종 화재 참사 등 최근 발생한 재난 사건들에서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미숙한 초기 대응과 책임 회피성 대응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재난 대응의 매뉴얼은 늘었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종이 위의 장식일 뿐입니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실질적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치적 문제로 인해 세월호 관련 기관이나 위원회가 정권에 따라 축소·폐지되는 현실은 국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안전은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인간 존엄의 문제이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세월호 이후 우리가 배워야 할 핵심 교훈입니다.

     

     


    3. 유가족과 시민들의 10년간의 여정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감동적인 변화 중 하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만들어낸 ‘기억의 공동체’입니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넘어 진실과 책임을 묻는 활동으로 전환하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를 결성하고 지금까지도 진상규명, 안전 사회 구축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4.16기억교실'이 조성되어 단원고 학생들의 교실이 그대로 보존되었고, 이 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추모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안산에는 ‘4.16생명안전공원’이 조성 중이며, 4.16기록관, 추모 전시회, 기억버스 프로젝트, SNS 캠페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억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매해 열리는 '416합창단'의 노래와, 전국에서 열리는 촛불 문화제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서 행동으로 기억을 이어가는 사례입니다.

    특히 청소년 세대는 ‘세월호 이후 세대’로 불리며, 학교 교육을 통해 참사를 접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해석해가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변화는 바로 ‘시민들의 의식’일 것입니다. 단지 유가족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기억의 힘이 한국 사회를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곧,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11주기는 단지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실천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진실은 끝까지 밝혀져야 하며, 기억은 단지 추모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행동하고 바꾸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모입니다. 오늘 하루, 노란 리본 하나를 달고, 그날을 다시 생각하며, ‘다시는’이라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건네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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